
축구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브라질전이 끝났다. 결과는 1-5패배. 결과를 통해 바라본 벤투호의 과제를 살펴본다.
드러난 격차
브라질은 그야말로 초호화 군단이었다. 네이마르를 비롯한 세계최고의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포진한 브라질의 개인기량은 정말 뛰어났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기를 보는 듯한 경기 양상이 펼쳐졌다. 브라질 선수들은 공을 잡았을 때 여유가 넘쳤다. 수비수 한 두명을 두고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여 성공하였다. 패스는 우리 수비수 사이를 뚫으며 정확하게 전달되었고 위협적인 슈팅으로 이어졌다. 우리 수비수들은 공을 뺏기 위해 브라질 선수들에게 접근했으나 드리블로 패스로 수비수를 벗겨내고야 말았다. 이는 파울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고 2차례 페널티킥을 허용하고 말았다.
우리가 공을 잡고 있을 때조차 안심할 수 없었다. 브라질은 전방 압박을 구사했는데 그 수준이 매우 높았다. 후방으로부터 차근차근 빌드업을 해나가는 축구를 구사하는 벤투호는 브라질의 전방 압박에 고전했다. 수비진에서 압박을 뚫어내지 못하고 소유권을 넘겨주고 이에 따라 위협적인 장면을 여러번 허용했다. 하프라인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넘긴다 하더라도 딱히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손흥민-황의조-황의찬으로 이어지는 유럽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전방에 포진하고 있었지만 후방에서 그들에게 적절한 패스를 넣어줄 선수가 없었다. 공간침투의 장점을 가진 손흥민의 속도를 살리는 패스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최전방 황의조를 활용한 공격역시 제대로 될 수 없었다. 우리 팀에서 가장 좋은 기량을 가진 손흥민은 밀집수비에 둘러싸여 슈팅을 제대로 해볼 수가 없었다.
유럽리그에서 활약중인 손흥민, 황의조, 황의찬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크게 동요하는 것이 느껴졌다. 평소보다 발이 무뎠고 실수를 연발했다. 잔뜩 긴장하여 시야도 좁아지고 몸이 굳어진듯한 모습이었다. 결국 전반적으로 대표팀의 경기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그러면 그럴수록 브라질의 기세는 더욱 살아났다.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한수 가르치러 왔다는 듯 유려한 몸놀림으로 한차원 높은 축구를 보여주었다.
문제점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확실한 중앙 자원의 부재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그 앞에서 공격을 지휘하는 공격형 미드필더의 수준이 세계 수준에 한참 못미친다는 것이 이번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현재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정우영이 붙박이 활약을 한다. 아시아권에서 완벽하게 상대의 공격을 차단했던 그였지만 브라질전에서는 버거움이 느껴졌다. 자주 벗겨졌고 자주 미끄러졌으며 패스는 전방을 향하지 못했다. 이와 짝을 이뤘던 백승호 역시 거의 보이지 않았다. 황인범은 무뎌진 발끝이 눈에 띄었다. 움직임 자체가 나쁘진 않았지만 중요한 순간에 판단이 아쉬웠다. 결국 1선 공격수들을 살리는 좋은 패스는 나오지 못했다.
빌드업 축구에 대한 문제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우리보다 강한 상대와 맡붙어 빌드업 축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란 예상이 현실로 나타났다. 한두차례 빌드업에 실패하자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자신감을 잃어버리며 우리가 가진 것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벤투도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이제와서 빌드업을 포기할 수 없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바가 최선이 아님을 알게되었지만 다시 시작하는 것은 무리라는 뉘앙스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현주소를 파악한 모양이다.
희망
대표팀이 희망을 볼 수 있었던 장면도 있었다. 첫번째는 황의조의 골장면이다. 순간적으로 오른쪽 라인 돌파가 이루어졌고 황희찬이 과감하게 넣어준 패스를 황의조가 수비를 등지며 슈팅으로 가져갔다. 세계적인 수준의 움직임이었다. 황희찬의 패스와 황의조의 슈팅. 순간 경기가 1-1로 바뀌며 우리팀에게 환호를 보낼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두번째는 손흥민의 드리블 후 이어진 왼발 중거리 슈팅 장면이다. 드리블로 상대편 진영 중앙으로 침투한 손흥민이 과감한 왼발 슈팅을 날렸다.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긴 했지만 골과 가까운 장면이었다. 우리가 본선에서 만들어야할 장면이 바로 이 두 장면이다.
현실적인 대책 마련
카타르 월드컵은 11월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5개월. 남은 기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조직력은 당연히 가다듬을 문제이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우리 대표팀에게 필요한 것은 예리한 창이다. 잔뜩 웅크렸다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예리한 공격 패턴 말이다. 브라질 전에 보았듯이 우리는 경기를 지배할 수 없다. 우리는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에게 공을 더 많이 내줄 것이다. 점유율은 당연히 내줄 것이고 공격을 막아내기 바쁠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손흥민이 하나인데, 저쪽은 손흥민 같은 선수가 7~8명인걸? 빌드업을 버리라는 말은 아니다. 기본 방향은 빌드업으로 가되. 변칙으로 활용할 예리한 역습 패턴과 강력한 세트플레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외울 정도로 단순하고 강력한 역습 패턴. 세트피스 패턴. 그것을 만들어놓고 잔뜩 웅크리고 막아내다가 단번에 적진 깊숙히 침투하여 예리하게 베어버려야 한다. 브라질전에서 황의조의 골과 손흥민의 슈팅과 같은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브라질전은 졌지만 재미있었다. 상대가 너무 잘해서 지는건 당연했고 이렇게 축구를 잘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 그리고 16강은 이번에도 참 힘들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시간은 남았다. 평가전도 3경기나 남았고 시간도 5개월이나 남았다. 조금씩 더 강해지는 우리 대표팀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월드컵'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 동아시안컵 일정 명단 (0) | 2022.07.17 |
---|---|
칠레전 벤투호 전술변화와 기대 (0) | 2022.06.07 |
한국 축구 국가대표 이집트전 경기 일정 (0) | 2022.05.26 |
축구국가대표 평가전 일정(브라질, 칠레, 파라과이전) (0) | 2022.05.24 |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H조 경기일정 (0) | 2022.04.26 |